바스터즈 거친녀석들(2009.10.28)
연출: 쿠엔틴 타란티노
주연: 브래드 피트, 크리스토프 왈츠
영화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답게 에피소드 형식으로 전개된다.
첫 번째 씬은 독일 장교 한스 란다가 프랑스 농부를 추궁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20여분간 지속되지만 시간가는지 모르고 몰입하게 된다. 한스란다는 매우 젠틀하고 친절하다. 느긋하다. 책상에 서류를 펼치고 물어보는 과정이 매우 형식적으로 보인다. 영화를 보는 우리는 긴장할 필요가 없다. 별 다를 것 없이 보이는 행정 업무처럼 보이니까. 그러나 평화롭던 이 공간에서 카메라는 이동하며 바닥에 숨어있는 유태인을 보여주며 긴장감이 만들어진다.
'한스 란다로부터 유대인들은 살 수 있을까?'
한스 란다는 자신의 별명을 농부에게 물으며 유대인을 인간에게 해만 끼치는 쥐에 비유한다. 마룻바닥에 숨어있는 쥐처럼 마룻바닥에 숨어있는 유대인을 우리는 안다. 우리는 이제 대사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집주인이 조사나온 군인으로부터 허락을 받고 자신의 집에서 담배를 피더니, 이제는 동등하게 한스 란다도 담배를 태운다. 담배의 사이즈가 훨씬 크다. 카메라의 180도 라인을 넘어 위치를 바꾸며 란다와 농부의 좌우 위치가 바뀐다. 전경에 한스 란다가 더 크게 나오고 농부는 배경쪽에 배치하여 조금 작게 나온다. 이제 둘의 관계가 바뀌기 시작한다.
농부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며 점차 풀리고 있는 눈을 보여준다. 겁을 먹은 듯, 고민을 하는 듯한 농부의 표정.
이어 한스 란다의 얼굴도 클로즈 업 한다. 한스 란다의 확신하는 얼굴이며 이제는 직접적으로 묻는다.
"독일의 적을 숨겨주고 있죠?"
농부는 눈물로 실토하고, 정리를 다 한 한스 란다는 불어로 이야기한다.
"아듀"라는 인사와 함께 마룻바닥에 사정없이 총질을 한다. 자신이 이제 자리를 떠나는 것처럼 위장하여 연기하는 인사의 아듀이지만 유대인을 보내는 마지막 인사다.
마룻바닥의 쥐새끼 한 마리가 살고자 전력을 다해 넓은 초원으로 뛰쳐나와 도망가고 한스 란다는 죽이지 않고 풀어주는 장면으로 마무리 된다.
음악이나 음향효과 하나 없이 20여분간 오로지 두 배우의 연기와 대사만으로 서스펜스와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이것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다. 당시 사회에 일상적으로 들리는 대사들이 인물이 겪는 이 상황과 맞아 떨어지며 텐션을 유지해간다. 덧붙여 크리스토프 왈츠의 한스 란다 연기는 발군이다.
젠틀하고 느긋하게 다가와 상대방을 점령해가는 크리스토프 왈츠의 연기는 이 영화의 임팩트로 충분하다.
농부를 추궁하며 화를 내거나 소리내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 무섭고 날카롭게 느껴진다. 심지어 그의 웃음은 분위기를 더욱 차갑게 만든다. 조급해하지 않기에, 혹은 조급함을 보이지 않기에 견고하게 보이고 냉정하게 보인다.
또한 고백은 받아낸 뒤 승기를 잡은 자신감 있는 표정도 압권이다. 사람의 목숨이 걸려있지만, 그의 표정에서는 가벼운 장난을 치고 있는 소년의 모습이 보인다.
작지만 강하다. 그의 작은 외형은 절대 작아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카리스마는 어디에서 나올까? 외형? 패션? 신체? 눈빛? 말투? 표정? 호흡? 여유? 감정?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크리스토프 왈츠의 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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