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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호(2021) , K-스페이스 오페라, 과연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승리할까?

작가 이스윽 2021. 2. 21. 15:47

 

◎ 영화정보

 

승리호 포스터 '다음영화 제공'

 

승리호(Space sweeper)

SF. 한국.

2021. 02. 05.

12세 관람가

감독 조성희

주연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 개봉 전 기대 이유

 정확한 시기는 모르지만 해가 짧아지기 시작한 즈음이었으니 작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즈음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가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난 뒤 기대를 많이 했다.

스페이스 오페라(Space opera)란 SF영화의 하위 장르로 우주에서 펼쳐지는 활극이나 모험담 정도로 정의할 수 있겠다. 스페이스 오페라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star wars) 시리즈와 <스타트렉>(startrek) 시리즈를 들 수 있다.  

 그리고 한편에서 사람들은 K-시리즈에 열광했다. 부산행과 킹덤을 통해 색다른 공포감을 심어준 K-좀비, 미국을 비롯하여 전세계에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리고 다닌 BTS를 중점으로 한 K-pop, 코로나로 사회가 붕괴되었을 때 시작된 드라이브 스루 검사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한 K-방역 등 사회 전반에서 K-시리즈는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장르부터 색다른 이 영화의 제목, 내용, 감독과 주연 배우를 확인하며 '어쩌면 K-Movie, K-Space opera라는 장르를 만들면서 큰 사고(?)를 칠 수 있는 작품이 나오겠는데?'라고 생각했으나, COVID-19는 영화관을 잠식하며 거대한 우주에 떠있는 승리호 또한 집어삼켜버렸다.

 9월 23일 개봉 예정이었던 <승리호>는 무기한 개봉 연기가 되며 관객들을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제작비가 워낙 크고 이름 있는 감독과 배우들이 나온 작품이다 보니 개봉 시기를 굉장히 고민하지 않았을까 싶다. 

 

미뤄지고 미뤄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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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승리호>를 2021년 02월 05일

넷플릭스를 통한 개봉으로 집에서 핸드폰으로 내 생각보다 훨씬 작은 우주를 만나게 되었다.


◎ 영화 이해를 위한 세계관

 2092년 지구는 병들고 마스크 없이 사람들은 더 이상 지구에서 살 수 없게 되었으며 우주 위성궤도에 선택받은 몇몇의 사람만이 젖과 꿀이 흐르는 'UTS'에 살 수 있게 되었다. 주인공과 그 무리는 '승리호'라는 우주선을 타고 우주에 떠다니는 고물들을 팔며 생활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SF영화는 공상영화이기 때문에 작가나 감독이 가지고 있는 상상의 세계를 기반으로 펼쳐진다. 따라서 SF영화를 볼 때 세계관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밝고 긍정적인 미래를 상상하는 유토피아적 세계관이다. 이것은 모두가 행복하고 기계와 인간은 조화롭게 잘 어울리며 공존하고 가족적인 이데올로기를 보여주는 세계관이다. 대표작으로는 로빈 윌리암스 주연의 <바이센테니얼 맨>과 같은 영화의 분위기와 환경을 떠올리면 되겠다. 두 번째 세계관은 분위기 자체가 어둡고 기계에 지배당하거나 핵전쟁과 같은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이 오염되어 더 이상 지구에서 살아갈 수 누리고 있지 못하는 디스토피아적 세계이다. 대표적 예시로는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들 수 있다.

영화 <승리호>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 마스크 없이는 숨 쉴 수 없고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피폐화된 지구.

 

어느 날, 사고 우주정을 수거한 ‘승리호’는 그 안에 숨어있던
대량살상 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다.
돈이 절실한 선원들은 ‘도로시’를 거액의 돈과 맞바꾸기 위한 위험한 거래를 계획하는데…

-다음 영화 정보 中


◎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로봇 - 업동이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업동이다. 현재 2021년을 살고있는 인간으로서 가지고 있는 선입견일 수 있지만, 우리가 가진 보편적인 남성성과 여성성을 통해 업동이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배우 유해진의 목소리 연기로 만들어진 업동이. 로봇의 모습이라 인간의 성별을 구분하듯 나눌 수 있는 신체적인 특징을 알 수 없으나,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기존의 남자 배우의 목소리를 활용하여 남성인가 하고 로봇이 남성성이 강한가 하고 추측하게 된다. 또한 영화 초반 업동이가 작살을 들고 우주선에서 나와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모습은 마치 구석기 시대 인간들이 사냥감을 사냥하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이 업동이라는 캐릭터의 남성성을 강하게 뒷받침 해주는 모습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동이의 목표는 돈을 모아 피부이식 수술을 받는 것. 그래서 사람의 모습을 갖는 것. 로봇이 인간과 같이 외부적인 아름다움, 미를 욕망한다. 특히 업동이가 바라는 미는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인간 남성의 모습이 아닌 평범한 여성의 모습을 추구한다. 특히 꽃님이와 함께 화장을 주고 받으며 하는 이야기나 대사 등을 미루어 보면 엄마와 딸간의 대화나, 여자 동성의 친구들끼리 할법한 대사들로서 업동이가 가지고 있는 정서적인 요소는 여성성이 강한 것으로 추측된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성적 정체성에 대해 조금 더 확장된 상상을 가지고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하긴 요새 ai에 관한 뉴스를 보면 인터넷으로 학습해서 선입견이나 편견도 생긴다는데, 미래엔 진짜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가지고 고민하는 로봇을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수컷도, 암컷도 아니라고 주장하는 펭수를 보는 것 같달까..


◎좋았던 점

 K-Space opera의 탄생의 시작점이라는 것. 영화의 스토리, 연기 등의 주요 요소들을 배제한 채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의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누가 한국식 SF영화를 상상이나 했겠는가. 좀비 영화뿐만 아니라 예산이 많이 드는 타 장르 영화들도 이제 우리나라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현실에 의의를 두자.

 

◎아쉬운 점

 귀에 꽂은 이어폰을 통해 더 이상 다른 나라의 언어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장애물이 되지 않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어 나라로 분류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 같다는 설정이다. 따라서 외국인 연기자들이 등장하는데, 이 외국인 연기자들의 연기가 전반적으로 어색하다. 어색해 보이는 이유는 많이 찾을 수 있겠지만, 카메라 앞 신체적 긴장이 다 해결이 되지 못한 모습이다.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었더라면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더 큰 우주를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매우 크다. 우주선과 우주를 표현한 CG 부분들에 신경을 많이 썼을 텐데, 제작한 사람들 입장에서도,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큰 화면으로 보여주지 못해, 보지 못해서 많이 아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 줄 총평

 대한민국 새로운 영화 장르의 도전과 시작.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