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호주 시드니에 신혼여행을 갔었다.
두 사람 다 예술학도였으므로 외국에 나가서 공연을 보자고 얘기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공연 보러 갈거면 진즉에 좀 알아보고 가면 좋았을 걸 왜 그렇게 준비성 없이 갔는지 모를 일이다.
무튼 호주 시드니를 생각하면 오페라 하우스를 빼 놓을 수 없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진행하는 공연을 보자라는 생각으로 예매한 공연.
Blanc de blanc. 블랑 드 블랑 이라는 공연이었다.
이거 아니면 오페라 하우스 대극장에서 진행하는 오페라 투란도트를 봐야하는 상황이었는데
둘 다 투란도트는 아니다 싶은 공통된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남은 공연을 택하게 된거다.
포스터다.
파스텔톤으로 부드럽게 처리되어 있지만
옷차림을 보면 자극적이란 걸 알 수 있다.
공연 또한 매우 자극적인 맛이다.
태양의 서커스와 같이 서커스 위주로 진행이 되는데
분명 태양의 서커스와는 다르다. 서커스를 위주로 한 쇼의 개념에 가깝다.
객석이 테이블 단위로 되어있다. 4인 테이블에 외국인 커플과 우리 커플 넷이 앉게 되었다.
외국인 남자가 나한테 “I’m ~~” 자기소개를 하며 악수를 청했다.
엉겁결에 악수를 하긴 했지만 속으로 ‘이 새끼가 뭔데 갑자기 자기소개여’ 하면서 굉장히 당황했다.
외국사람들은 인사를 하면서 자기 이름을 말하는 게 예의이고 인사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우린 ‘안녕. 난 민수.’ 이렇게 인사하지 않으니까.
디너쇼의 개념이다. 그래서 와인 혹은 샴페인 등의 술과 함께 무언가를 곁들여 먹으며
쇼를 본다.
우리는 공연에 집중해야 한다는 명목하에 맹물을 마셨다.
컨셉 단위로 쇼가 진행되며 ‘청소’, ‘놀이’, 등등의 것으로 쇼들이 펼쳐진다.
의상은 걸친 것보다 걸치지 않음이 더 많았고
무대는 동그란 반원 형태의 무대에 동그라미가 많이 파진 세트가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조명은 보라나 노란 계열의 조명을 써 자극적으로 보였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서커스의 개념이다 보니 직관적으로 쉽게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그들의 조크도 간혹 알아듣고 웃기도 하고 외국에서 본 첫 공연이었기에 기억에 남는 공연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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