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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린북> 리뷰

작가 이스윽 2021. 3. 30. 20:35

<그린북> 포스터

<그린북>( 19.01.09. 개봉)

감독 : 피터 패럴리

주연 : 비고 모텐슨, 마허 샬라 알리

 

전국 투어공연을 해야 하는 피아니스트 '돈 셜리'와 투어 기간 동안 그의 로드 매니저가 되기로 한 '프랭크 토니'. 이들이 투어를 진행하며 겪는 일을 우리는 관찰하고, 그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보며 무언가를 깨닫거나 얻을 수 있는 영화다.

 

돈 셜리는 피아니스트다. 젠틀하고, 교양이 있다. 고상한 말투를 사용한다. 단, 흑인이다.

토니는 레스토랑의 나이트클럽 종업원이다. 배움이 짧으며, 다혈질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대신, 백인이다.

 

미국 남부를 여행할 때 흑인이 출입 가능한 곳을 체크해놓은 여행 가이드 책. 그 책이 바로 그린 북이다.

책 속의 내용,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과 조건을 받아드리며 피부색에서 오는 차별을 극복하고자 돈 셜리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저항한다. 흑인에게는 옷을 팔지 않는 양장점, 공연 중 쉬는 시간에 백인과 흑인이 사용하는 화장실이 다른 점, 서빙이나 공연은 가능하지만 흑인에게는 식사가 허용되지 않는 식당.

지금 와서 보면 저렇게 나누는 것이 무슨 일인가 싶겠지만 그 당시 사람들은 그것을 자연스럽다고 받아들이고 있었을 것이다. 귀족과 천민을 나누는 게 당연했듯, 피부색으로 사람을 나누는 시대.

 

영화는 백인과 흑인이 갈라져 있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스템 속에서, 개인이 개인을 차별하고 있는지조차도 모르게 차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명품을 착용하지 않고 백화점에 가면, 백화점 직원들이 손님 모르게 무시하며 손님을 응대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종업원이 속으로 생각하길 '니가 이 비싼 걸 살 수나 있겠어?'

 

위의 사례처럼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겉모습이나 편견으로 누군가를 평가하면 안된다고 배운다. 하지만 이 간단한 내용을 나 조차도 삶 속에선 잘 실천하지 못한다.

<그린북>속 미국은 다인종 다민족 국가이다 보니 인종으로부터 오는 갈등을 다루고 있지만 대한민국에 사는 나는 인종갈등보단 다른 편견들에 쌓여있다. 당연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들 중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은 무엇이 있을까?

 

학력에 대한 편견? 지역에 대한 편견? 노인분은 팥죽이나 양갱을 좋아할 것이다라는 편견? 사무직과 현장직에 대한 편견? 장애인이나 소수자에 대한 편견? 

시스템 혹은 사회가 만들었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진짜로 들여다봐야 하는 것을 가리고 있거나 은폐하고 있을 수 있다. 


여전히 미국에서 인종차별은 극복하지 못한 문제인듯 싶다. 코로나가 전세계를 강타하며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가 넘쳐나고 있는 뉴스가 간간히 들린다.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국적은 중요하지 않고, 동양인이냐 아니냐를 따져 물으며 묻지 마 식 폭행을 하거나 살인을 저지른다.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앞으로는 무서워서 외국에 나갈 수 있을까 싶다.

 

두 남자의 이해와 찐한 우정 뒤로 보이는 미국 사회와 문화가 만들어 낸 시스템에 씁쓸한 웃음이 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