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뮤지컬에 대하여
창작 뮤지컬에 관심을 가진건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선생님 중 한 분이 수업시간에 말씀해주셨다.
'앞으로 대한민국 뮤지컬이 나아갈 방향은 창작 뮤지컬이다' 몇 가지 근거가 있었다.
첫째, 라이센스 뮤지컬이 한국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커지는 티켓 값이 너무 비싸진다. 외국에서 만들어진 기존의 뮤지컬을 가지고 오는 과정에 어쩔 수 없이 티켓 값이 상승한다. 저작권료뿐만 아니라 오리지널 공연의 현지 스태프들이 들어와서 상주해야 하고, 세트를 들여오는 등 돈이 붙을 수밖에 없는 다양한 명목들이 있다. 이제 대극장에서 하는 뮤지컬의 vip 티켓 가격은 15~16만 원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15~16만 원이란 돈은 누군가에겐 1회 공연으로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돈이지만, 누군가에겐 몇 달치 용돈이 되는 돈이기도하다. 티켓 가격의 상승은 회전문 관객만을 유지시킬 뿐 새로운 관객의 유입은 쉽지 않다. 여가시간 활용 같은 경우 게임방 1천원, 영화관 약 1만원, 영화관 티켓에 비하면 뮤지컬 티켓 값은 약 15배정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뮤지컬 창작을 통해 불필요한 단가를 최대한 낮춰 양질의 공연을 제공할 수 있어야한다.
둘째,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뮤지컬 콘텐츠가 개발되어야 한다. 해외에서 인정받은 좋은 작품이 많이 들어온다. <렌트>를 예로 들어보자. 렌트에 나오는 다양한 소재 중 마약이나 에이즈 같은 소재는 사실 우리나라 사람의 정서와 잘 맞지 않는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만든 <오! 당신이 잠든 사이><빨래> 같은 창작 뮤지컬은 우리나라 현실과 정서를 잘 반영한다. 비정규직 문제, 외국인 근로자 문제 등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고민할 수 있는 거리에 대하여 관객에게 질문한다.
셋째, 수출할 수 있는 창작 뮤지컬도 나올 수 있다. 지금은 소위 문화 선진국이라고 하는 몇몇 나라의 작품을 가지고 오지만 앞으로 우리나라 뮤지컬이 성장하고 바람직하게 계발된다면 우리 또한 우리의 뮤지컬을 수출이 가능하다. 실사례로 2017년 뮤지컬 <김종욱 찾기>가 중국으로 수출되고, <빨래> 또한 일본에 판권이 팔렸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도 우리의 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길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단독으로 하는 창작과정도 쉽지 않지만 연극이나 뮤지컬과 같은 단체 예술에서의 창작 행위는 훨씬 더 어렵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공동으로 달려가며 관객들을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하지 않다. 경제적으로든, 시기적으로든, 내용적으로든 어려움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만의 문화생태계를 더 풍부하게 유지하고 성장시켜가기 위해서는 창작 뮤지컬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모든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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