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에서의 ‘연기’ 스포츠에서의 ‘연기’
연극이나 뮤지컬과 같은 공연예술에서 배우가 말하고 움직이며 표현하는 것을 ‘연기’라고 한다.
그리고 도마나 기계체조, 피겨와 같은 스포츠 종목에서도 해당 선수가 움직이며 나타내는 것 또한 ‘연기’라고 한다.
예술과 스포츠에서 왜 ‘연기’라는 공통된 단어를 사용하며, 같은 단어이지만 어떤 차이점을 찾을 수 있을까?
연기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배우가 배역의 인물, 성격, 행동 따위를 표현해 내는 일. (네이버 사전) 우리가 일반적으로 연기라는 개념을 생각했을 때 떠올리는 보편적인 개념이다.
김연아 선수 예전 중계를 보고 있노라면 해설자가 ‘김연아 선수의 연기는 정말 일품입니다.’라고 한다. 김연아 선수의 움직임을 연기라고 볼 수 있나? 공연과 스포츠에서 왜 같은 용어를 쓰지?
연기의 공통점.
하나. 관객 혹은 관중은 연기자 혹은 선수의 움직임과 표현을 보며 감동을 받는다.
완성도 있는 공연을 보거나 선수의 움직임을 보고 있자면 그저 감탄만 할 뿐이다. 어떻게 저렇게 만들 수 있었을까. 어떤 연습과정을 거쳤을까. 공연과 스포츠로 감동 받은 사람의 극한의 표현은 ‘눈물’이다. ‘나는 가수다’ 보면서 리액션으로 울고 있는 관중을 보거나,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의 연기를 보고 눈물을 흘린 사람은 한, 두명이 아닐 것이다. 이들이 펼치는 기대 이상의 움직임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둘. 퍼포머의 신체를 활용한다.
공연과 스포츠의 기본적인 활용 요소가 ‘신체’라는 점이다. 배우와 선수 명칭은 다르지만 인간이 하는 일이기에 신체적인 요소가 안 들어갈 수 없다. 신체는 언어만큼 강력하다. 말은 국가별로 통하지 않을 수 있지만, 신체는 국적불문 통하게 되어있다. 그래서 힘이 세다. 비언어적 표현요소의 대표적인 형태라 볼 수 있다. 스포츠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신체와 밀접해있는 분야이고, 공연계 또한 이미 오래 전부터 신체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공연과 스포츠의 연기의 차이점.
첫째, 공연은 협동이다. 주인공 한 명이 잘 보이도록 모두가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와 스태프 개인이 모여 하나의 완성체가 만들어졌을 때 비로소 웰메이드라고 인정받는다. 공연에는 이기고 진다는 개념이 없다. 모두 하나가 되어 연습한 것을 유기적으로 무대에서 펼쳤을 때 사람들로부터 박수를 받는다.
그러나 스포츠는 경쟁이다. 1등 2등 3등이 정해져야하고, 내가 1등을 하려면 반드시 상대방을 꺾어야한다.
둘째, 수치화의 유무이다. 공연을 보고 별다섯개 정도로 평점을 매기기는 하나 대부분의 사람은 공연을 보고 몇 점짜리 공연이라고 잘 이야기 하지 않는다. 어떤 장면에서 누가 연기를 잘 했네, 못 했네 정도의 이야기를 하지, ‘그 배우의 연기는 87.3점이야’ 라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포츠는 수치화시킨다. 동작의 난이도에 따라 점수를 구분해놓았고 성취여부에 따라 점수를 획득했느냐, 하지 못했느냐가 갈린다. 따라서 스포츠에서의 연기는 수치화를 통해 앞서 언급한 순위가 생길 수 있다.
셋째, 예측가능성의 여부이다. 공연은 연출가와 배우가 연습과정을 통해 어떻게 결말을 지을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게끔 만든다. 그래서 반복 가능하며 매일 비슷한 양질의 공연을 보장한다.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완성도 있나를 본다. 그것이 공연의 묘미다.
그러나 스포츠는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 누가 순위권에 들어올지 모른다. 이것이 스포츠의 묘미다. 누가 이길지 모르는 치열한 싸움을 사람들은 좋아한다.
이렇게 공연과 스포츠는 같은 듯 다르다.
하나가 옳고 하나가 틀린 개념이 아니라, 둘은 다르다. 두 분야의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두 분야를 선호하는 이유도 다르다.
‘왜 공연도 아닌데, 연기라는 단어를 쓰는거야?’ 라는 생각으로 호기심을 벗어나 스포츠를 배척하려 했다면 이 생각이야말로 틀린 생각일 것이다.
‘연기’라는 단어를 통해 서로 다름과 인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Theater, Theatre, Performan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씨 고아, 복수의 씨앗> 예매 성공 (5) | 2021.04.02 |
---|---|
창작 뮤지컬에 대하여 (3) | 2021.03.31 |
LG아트센터, 이전 소식 누가 제일 크게 웃을까? 나야 나 (0) | 2021.03.23 |
따사로운 나날이 귀로 보이다 / 이대현, 희곡 및 공연 <수탉> 리뷰 (0) | 2021.03.22 |
좋은 공연 고르는 법(feat. 연극) (0) | 2021.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