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봉구는 배달 중>
2013.10.24.
연출 신아가, 이상철
영화 <어떤 시선>의 옴니버스 형식 중 에피소드 하나로 들어가 있는 <봉구는 배달 중> 그리 길지 않은 중편영화로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작품이다.
8년 전에 개봉하여 BIFF, 인권영화제 등 다양한 곳에서 상영된 작품이다.
교통비가 무료인 65세 이상 노인의 아르바이트. 실버택배. 딸을 미국에 보내고 홀로 실버택배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한 노인 '봉구'가 '행운'이라는 아이를 집에 데려다 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노인은 어제 꿈에서 본 숫자 37을 로또 번호로 마킹하다 유치원 버스를 타지 못 하고 남아있게 된 아이를 보며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팔에 문신이 있고 험악하게 생긴 나이 든 노인네. 지하철에 탔을 때 이런 분이 앉아있으면 항상 이 분의 양쪽 옆자리는 비어있다. 자리가 있음에도 사람들이 다 피한다. 무서운 사람과 붙어있거나 이야기를 섞어 좋은 일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선입견을 그대로 자리가 그대로 반영한다. 하지만 영화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 선입견에 대해 이야기한다. 편견 없는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팔에 있는 그림을 보았을 땐 단지 몸에 어떻게 저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용 문신은 아이가 간절히 바라는 '악어'로 보이며 편하게 노인에게 다가가는 활용점이 된다. 우리는 그들을 제대로 보려 하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이 따라오라 그러면 가지 말라 그랬어요'
봉구와의 첫 만남에서 아이는 피하지 않고 봉구에게 단호하게 말한다.
'나 나쁜 사람 아니야 나는 봉구야 이제 우리 아는 사이지?'
'......'
딸과 손주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 봉구는 행운이를 집에 데려다 주려는 선의를 베풀고자 한다.
하지만 상황이 꼬여 누가 봐도 유괴범이나 납치범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경찰과 대화 도중 노인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찰은 '치매인가 본대요'로 봉구의 상황을 일축한다. 앞뒤 상황 없이 노인이 하는 말은 그렇게 다 치매 걸린 노인네가 하는 헛소리가 되었다. 우리는 그들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다.
37이라는 숫자는 영화에서 여러 방향으로 쓰인다. 노인이 꿈에서 본 로또 번호, 환승해야 하는 버스 번호, 행운이가 입고 있던 파란색 티 등에 써져 있는 번호들로 나타난다. 37로 마킹해야 하는 걸 36으로 마킹해서 로또 1등 당첨의 행운을 놓친다. 하지만 행운이와 있는 동안 행운이가 문자 보는 법을 알려주었고, 그동안 딸이 보내왔던 문자를 보며 진짜 행운을 찾게 되며 영화는 끝이 난다.
'할아버지는 아빠 있어요?'
‘니 나이 때 돌아가셨다. 봉구야 너 왜 이리 늙었니? 아버지 저 아직 팔팔합니다.‘
한 줄 평 - 사회가 바라보는 노인에 대한 시선, 그리고 진정한 행운이 무엇인지에 대해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는 즐거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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