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에 했어야 하는 리뷰인데 이제서야 한다.
필자는 <수탉> 공연을 먼저 보았고, 희곡을 읽은 케이스다.
공연은 총 3명이 등장한다. 1명의 사람, 1명의 닭, 1명의 연주자.
닭과 연주자는 대사가 없이 자신의 움직임과, 악기를 통해 장면을 구성하고 만들어간다.
즉 관객과 소통하고 언어로 대화하는 인물은 1명이다.
그래서 흥미롭다. 1인극 같지만 1인극이 아닌 1인극 같은 연극.
줄거리는 이해하기 매우 쉽고 간단하다. 어린아이 은호네 집에 수탉이 한 마리 들어온다.
마당은 은호의 놀이터였는데, 아버지가 데리고 온 수탉이 마당을 차지하며 곤란을 겪는다.
그래서 다시 마당을 찾기 위한 은호와 수탉의 싸움이 이 극의 주된 흐름이다.
중요한 관람 포인트는 은호와 수탉의 싸움이 아니다. 포인트는 대사의 음미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바스터즈 거친녀석들> 에서 독일군과의 카드놀이에서 보는이로 하여금 조여오는 맛이 있다. 총소리도, 핏자국도 보이지 않지만 관객들은 그 어느때보다 긴장감을 놓치못한다.
이대현의 <수탉>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카시아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보인다.
대사를 들으면 마치 동화를 듣는 것 같다. 대사를 듣고있노라면 머릿속으로 평화로운 어느 날이 그려진다.
은호: 가끔 숙제하다 말고 나무 그늘에 벌렁 드러누워서 가만히 올려다보면 열매들이 점점 커 가는게 보입니다.
가을 햇살은 다자란 열매들을 색칠합니다. 감은 빨갛게 밤은 짙은 갈색으로... 그리고 겨울엔 회색 하늘에서 새하얀 눈이 내립니다.
대사가 정보 전달의 개념, 감정 표현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하나의 시 처럼 느껴진다.
'대사가 서정적이다' 라는 표현이 맞지 싶다.
공연만큼 책으로 읽었을 때의 감동이 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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