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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맹달을 기리며, 오맹달과 주성치의 마지막 영화 <소림축구> 리뷰

작가 이스윽 2021. 4. 9. 13:58

오맹달을 기리며 오맹달과 주성치의 마지막 영화 <소림축구> 리뷰

 

소림축구 포스터

 

소림축구(2001)

연출 : 주성치

출연 : 주성치, 오맹달, 조미 등

 

요새 나오는 영화보다 학창 시절 본 영화가 훨씬 크게 기억에 남는 이유는 뭘까.

리뷰할 영화를 찾으면 최근의 영화보다 어렸을 때 봤던 영화가 항상 먼저 떠오른다. 영화에 대한 나의 성장이 학창 시절에서 멈춘 건가? <소림축구>는 내 학창 시절의 영화다. 축구를 좋아하기보다 주성치를 좋아했다. 그의 연기와 설정된 개그를 볼 때면 웃지 않을 수 없다.

철두공과 아성이 함께 가라오케에서 노래하는 장면, 조미가 치마를 입고 꾸미고 나왔을 때 축구팀의 반응 장면 등은 지금도 웃긴다.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한때 잘나가던 축구선수 명봉(오맹달)은 경기 중 부상으로 인해 축구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고 강철 다리 아성(주성치)을 만나며 축구로 재기할 수 있는 꿈을 키운다. 아성은 소림사에서 함께 수련한 형들을 모아 축구팀을 만들어 축구와 무술을 접목한 색다른 전략으로 승승장구한다. 소림축구팀은 불법 약물과 비리, 부패 등으로 결승전에 올라온 악마팀과 결승전에서 만나 우승하며 행복하게 끝을 맺는다.

 

이 영화는 줄거리, 즉 흐름보다는 주성치가 장면에 심어놓은 포인트를 알아차리고 보는 것이 중요한 영화다. 만화에서 나올법한 표현을 실사영화에서 그대로 표현하였다. 전혀 유치하지 않게 보인다. 소림사 대사형들의 무술, 연습경기 중 바지에서 공구가 나오는 장면, 각성 모든 동료가 쓰러지는 장면을 전쟁터로 비유하는 것과 같은 장면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뒤에 사람들이 멈춰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움찔움찔 한다.

 

‘모두 돌아왔어요’ 라는 말과 함께 각성하는 장면은 멈춰있는 장면이 아니라 리얼타임으로 서있는 장면이다. 그래서 뒤에 일반 사람들이 놀라며 멈춰있는 것처럼 가만히 있는데 사실은 조금씩 움직인다. 움찔하는 모습을 보면 각성하는 그 순간도 사람을 웃게 만든다. 이렇게 장면 만드는 주성치의 센스는 정말 발군이다.

 

 

오맹달과 주성치의 예술과 같은 한 편의 영화와 이들의 연은 끝이 나버렸다.

 

풍문에 의하면 <쿵푸허슬>에 당연히 캐스팅할 것이라 생각한 오맹달과, 그렇지 않았던 주성치 사이에 마찰이 있었고, 오맹달이 굉장히 화가 많이 났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둘은 <소림축구>를 마지막으로 같이 영화를 찍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전 오맹달의 사망 소식을 뉴스로 접했다. 끝끝내 주성치와 화해하지 못한 채로 생을 마감했다고 알고 있다. 화해했다면 훨씬 더 많은 작품을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주성치와 오맹달의 조합은 이제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이 두 사람이 만든 조합의 많은 작품은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