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맹달을 기리며 오맹달과 주성치의 마지막 영화 <소림축구> 리뷰
소림축구(2001)
연출 : 주성치
출연 : 주성치, 오맹달, 조미 등
요새 나오는 영화보다 학창 시절 본 영화가 훨씬 크게 기억에 남는 이유는 뭘까.
리뷰할 영화를 찾으면 최근의 영화보다 어렸을 때 봤던 영화가 항상 먼저 떠오른다. 영화에 대한 나의 성장이 학창 시절에서 멈춘 건가? <소림축구>는 내 학창 시절의 영화다. 축구를 좋아하기보다 주성치를 좋아했다. 그의 연기와 설정된 개그를 볼 때면 웃지 않을 수 없다.
철두공과 아성이 함께 가라오케에서 노래하는 장면, 조미가 치마를 입고 꾸미고 나왔을 때 축구팀의 반응 장면 등은 지금도 웃긴다.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한때 잘나가던 축구선수 명봉(오맹달)은 경기 중 부상으로 인해 축구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고 강철 다리 아성(주성치)을 만나며 축구로 재기할 수 있는 꿈을 키운다. 아성은 소림사에서 함께 수련한 형들을 모아 축구팀을 만들어 축구와 무술을 접목한 색다른 전략으로 승승장구한다. 소림축구팀은 불법 약물과 비리, 부패 등으로 결승전에 올라온 악마팀과 결승전에서 만나 우승하며 행복하게 끝을 맺는다.
이 영화는 줄거리, 즉 흐름보다는 주성치가 장면에 심어놓은 포인트를 알아차리고 보는 것이 중요한 영화다. 만화에서 나올법한 표현을 실사영화에서 그대로 표현하였다. 전혀 유치하지 않게 보인다. 소림사 대사형들의 무술, 연습경기 중 바지에서 공구가 나오는 장면, 각성 모든 동료가 쓰러지는 장면을 전쟁터로 비유하는 것과 같은 장면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모두 돌아왔어요’ 라는 말과 함께 각성하는 장면은 멈춰있는 장면이 아니라 리얼타임으로 서있는 장면이다. 그래서 뒤에 일반 사람들이 놀라며 멈춰있는 것처럼 가만히 있는데 사실은 조금씩 움직인다. 움찔하는 모습을 보면 각성하는 그 순간도 사람을 웃게 만든다. 이렇게 장면 만드는 주성치의 센스는 정말 발군이다.
오맹달과 주성치의 예술과 같은 한 편의 영화와 이들의 연은 끝이 나버렸다.
풍문에 의하면 <쿵푸허슬>에 당연히 캐스팅할 것이라 생각한 오맹달과, 그렇지 않았던 주성치 사이에 마찰이 있었고, 오맹달이 굉장히 화가 많이 났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둘은 <소림축구>를 마지막으로 같이 영화를 찍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전 오맹달의 사망 소식을 뉴스로 접했다. 끝끝내 주성치와 화해하지 못한 채로 생을 마감했다고 알고 있다. 화해했다면 훨씬 더 많은 작품을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주성치와 오맹달의 조합은 이제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이 두 사람이 만든 조합의 많은 작품은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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