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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도전한다는 건 참으로 멋있는 일(feat. 양현종)

작가 이스윽 2021. 4. 27. 12:03

호투하는 양현종 출처 연합뉴스

 

KBO 야구를 좋아한다. 10년 정도 야구를 보았고, 좋아하는 팀도 생겼다. 광주에 연고를 두고 있는 V12(11번 우승함)‘KIA Tigers’. 그리고 KIA에서 양현종 선수를 가장 좋아한다. KIA를 응원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17년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의 마지막 대결에서 엊그제 나왔던 선발투수 양현종이 9이닝에 나와 김재호를 상대로 플라이로 마무리 지으며 끝낸 순간이다. 포수 김민식과 마운드에서 서로 부둥켜안으며 우승을 만끽하던 그 모습을 보던 것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2017 한국시리즈에서 자신이 마운드를 내려올 때 팬들이 있는 관중석으로 박수를 유도하며 덕아웃에 들어가던 그 모습은 여전히 나를 소름 끼치게 만든다. 묵묵히 공만 던지고 내려오는 선수가 아니라 경기를 자신의 팀으로 유리하게 끌어오고자 하는 다른 싸움을 만드는 것이다. 상대팀에게 지지 않기 위한 도발과 같은 퍼포먼스. 박수를 유도하는 그의 움직임에서 팬들은 더욱 소리 지르고 환호하며 응원했다. 양현종 선수를 좋아했지만 더욱 좋아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어느 해인가 부산 사직구장에 야구를 보러 갔고 우연히 원정 선수들이 드나드는 출입구 앞에서 얼쩡대다가 한 선수로부터 유니폼에 사인을 받았던 그 기억. 나의 유니폼에 사인을 해준 그 선수가 바로 양현종 선수다. 사인 해달라는 요청에 거절하려고 한 것 같은데 나의 유니폼 등번호가 54번 양현종임을 확인하고 어쩔 수 없이 해준 것 같은 느낌도 당시엔 받았지만, 그래도 해준 게 어딘가. 고마울 따름이다.

 

그가 예전부터 미국에 가고자 했던 걸 알고 KIA 팬들은 많이 응원했지만, 응원의 목소리만큼 비판의 목소리도 컸던 걸로 기억한다.

잘하면 얼마나 하겠어.’ ‘금방 오겠지’ ‘1군에 올라갈 것 같냐등등 비난의 여론과 댓글은 내가 직접 보기도 했다.

그는 이런 비난의 여론과 KIA에서 만들어놓은 업적, 앞으로 받을 대우 등을 다 내려놓은 채 미국으로 갔다.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고자 도전했다. 

 

그런 그가 지금 미국에 있고, 오늘 오전에 MLB 등판을 했다.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 등판하여 뜬 공으로 아웃 카운트를 만들어냈다.

 

MLB 데뷔 양현종

미국서 얼마를 받든, 어떤 캐리어를 만들든 상관없다. 그는 누구나 모두 꿈꾸는 MLB 등판을 자신의 야구 인생에서 결국 이뤘다. 누가 뭐라고 하든 그건 더 상관없다.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다. 노래 제목처럼 그냥 하면 된다. 결과와 상관없이 도전하는 것 그 자체로 의미있고 멋있는 일임을 알고 있었지만 양현종의 등판을 보며 다시금 깨닫게 된다.

 

도전은 정말 가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도전하는 사람만큼 멋있는 사람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