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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ant care

저희에게 새 가족이 생겼어요.(서프라이즈 임밍아웃)

작가 이스윽 2021. 5. 3. 09:32

21년 4월 29일 목요일 17시

아내가 쌀국수 맛있게 하는 집을 알았다며 퇴근 후 목동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였다.

맛집 치고는 매장에 나와 아내 둘 뿐이었다.. 사적인 이야길 하기에는 주인 분과 공유할 것 같은 고요함이 있었기에 함부로 어떤 얘기도 할 수 없는 분위기. 추석에 친구 집에서 밥 먹는 느낌. 하지만 다행히 쌀국수와 팟타이는 맛있었고, 체하지 않았다. 우리 추측컨데 퇴근시간보다 우리가 한 템포 빠르게 와서 편하게 먹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했다.(1시간 후에 지하철 타려고 되돌아가다 다시 보니 꽉 차 있었음)

 

쌀국수를 맛있게 먹고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목적은 커피를 마시는 것뿐 아니라 뽑아놓은 반도체 산업 리포트도 읽고 아내와 같이 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커피가 나왔고 마시려고 하는 찰나 아내가 대뜸 자신의 파우치를 나에게 주었다.

 

‘엊그제 로션 필요하다고 했는데, 로션을 사 왔나?’?’

파우치의 지퍼를 열었다. 로션이 없었다. 제일 눈에 먼저 띄었던 건 이 배지..

 

 

임산부 뱃지. 인터넷 사진 대체

 

앞에 앉아있는 와이프와 배지를 번갈아가며 두, 세 번 보았다.

‘잉? 이게 왜 있지? 잉? 이건 임산부들이 가지고 다니는 건데.. 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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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간의 고민 후

 

 

 

‘설마!!??’

 

카페 안에서 소리를 지를 수 없었지만 속으론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생명을 잉태했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과 신기함, 그리고 아빠로서 이제 책임감을 가지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부담감 등 여러 감정이 나의 마음속을 흔들어 놓았다.

파우치 안을 더 살펴보라는 아내의 눈짓. 뒤적뒤적하니 꺼먼 사진이 나왔다.

 

 

가운데 작은 검은 점이 애기집이다.

 

 

초음파 사진이란다. 임신 4주 차이며 사진 속에선 희멀건 0.3cm 아기집이 보였고, 2주 후에 산부인과에 다시 들르라는 의사의 의견이 있었다고 한다. 아직 착상 전이라 특별히 신경 쓰고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작년 10월부터 2세 생각을 하며, 데이트를 하다가 아빠 손 잡고 지나가는 아이만 봐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아내와 둘이 있는 것도 즐겁고 좋지만, 우리 집에 가족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제 우리에게도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이름은 ‘건강하고 담대하게 나아가라’는 의미로 건담이.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다. 건강하게만 잘 나오면 아무런 소원이 없겠다.

 

 

내 감정을 담은 한 장의 짤

 

 

이렇게 우리 가족의 새로운 삶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