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6일 목요일 오후 9시 50분
삼겹살이 먹고싶다는 와이프에게 삼겹살을 구워 양파채와 함께 야무지게 먹이고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나는 아내 옆에 앉았다. 임산부인지 아닌지 구분하지 못할 마른 배를 보며 배 안에 있는 건담이에게 혼자 이야기를 건내는 콘텐츠 시간이다.
건담이와의 첫 대화. 수신자와 발신자는 정해져있으며 주고 받는 쌍방향의 대화는 아니지만 분명 대화임.
첫 태담은 어떤 내용일지는 삼겹살을 먹을 때부터 이미 정해져있었다.
마치 조지 오웰 <1984> 처럼 자기 비판의 시간이었다.
아내가 예전부터 아이가 생기기 전 자동차나 집과 같이 돈이 많이 드는 것들을 미리 준비하자고 한 말을 무시한 채 살다가 건담이가 갑자기 생기고 난 뒤 부랴부랴 준비하는 아빠의 느리고 게으른 모습을 스스로 자아성찰하고 반성하는 것으로 주제를 정했다.
웃자고 가볍게 시작한 태담이었는데 '건담아' 라고 첫 입을 떼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그리고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나 스스로 무엇이 그렇게 서러웠던건지, 무엇이 그리 힘들었던건지, 무엇이 그리 고마웠던건지 나도 알 수 없는 감정에 홀려 아내 배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새로 생긴 가족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에게 많이 실망하고 겁을 먹고 두려웠던 것들이 있었다. 아내와 결혼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의 그 책임감이 이제는 더 커지고 무겁게 느껴져 부담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직 보지도 못한 아이한테 이미 내가 의지하고 버티고 있었나보다. 건담이는 벌써 나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다.
내가 우는 것을 보고 있던 아내는 웃고 있었다.
"동네사람들 얘 운대요" 키득키득 놀리며 웃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나도 같이 웃었다. 이렇게 첫 태담이 끝이 났다.
책임감이 무거워져 부담감으로 변해 겁을 먹고 망설였다면 결혼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결혼을 했고 너무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 그리고 건담이를 만난 이 후 우리 가족은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살 것 이다. 앞으로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기 보다는 부닥치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끈기가 필요하다. 난 자신감을 가지고 건담이 아빠로서 우리 가족이 더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그렇게 잘 넘겨왔고 앞으로도 잘 넘길 수 있다.
힘내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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