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3. 01.일 14시 대학로 정극장에서 관람한 후기 입니다.
3월 1일 대학로 정극장에서 오픈한 연극 <보통의 보랏빛향기>를 보고 왔습니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남자와 여자의 10년간의 연애과정을 담은 내용입니다.
배우는 3명이 나오구요. 남자배우 2명(민준, 보통)과 여자배우 1명(서연)이 등장합니다.
그 중 남자배우 1명은 멀티맨으로 나옵니다.
러닝타임은 대략 1시간 30분정도 였습니다.
극장은 50여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소극장이었으나 첫공이라 그런지, 코로나라 그런지, 꽉 차지는 않았습니다.
대도구는 벤치 2개와 공중전화 부스가 있었고, 극장 깊이 자체가 깊지 않고 넓게 써야하는 구조였습니다.
극장에 처음 들어갔을 때 나오는 프리셋 음악 08년 소녀시대 키싱 유(Kissing you) 등 시대를 풍미한 유행가들이 나옵니다.
그리고 연극은 민준 역의 엘비스 프레슬리 노래로 시작합니다. 하운드 독 부르면서 분위기를 띄우고 관객들은 곧 이 사람이 극단에서 7년째 바람잡이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그리고 10년간 연애를 한 서연과 헤어지게 되죠.
이후 타임슬립을 이용한 과거로 넘어갑니다.
10년 전 음악방송을 진행하는 DJ와 10년이 지난 민준이 만난 논리적 요인이 잘 형성이 안 됩니다.
삐삐를 가지고 시티폰을 찾는 사람에 대한 신비감도, 스마트 폰에 대해 궁금해 하는 호기심도 잘 보이지 않을 뿐더러 어떻게 10년의 차가 무대에서 동시에 펼쳐지는지 연극적 허용으로 인정하기엔 너무 비약이 심합니다.
그리고 연애 100일을 맞이하며 함께 부산으로 여행가는 장면이 됩니다. 서연을 보기 위해 올라오는 부모님, 화장실 갔다가 엉겁결에 변기를 막은 서연, 그런 서연을 설득시켜서 부산으로 내려가고 싶은 민준.
연애 초반 남자와 여자가 서로 너무 좋아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연애 초반 애정돋는 말투와 대사가 저와는 맞지 않았습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굉장히 민망했습니다.
1000일을 맞이한 순간. 연애햇수로 4년. 민준은 서연에게 연락도 안 한채 밤새 게임방에서 리니지를 했고, 복학생으로서 축구선수로 뛰기위해 연습하는 순간, 서연이 등장합니다. 1000일 기념으로 아무 이벤트를 준비하지 못한 민준은 서연에게 오므라이스와 탕수육을 사주겠다고하나 성의를 느끼지 못한 서연은 화가나 무대에서 사라지고 맙니다.
그 뒤는 스포 같아서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10년동안 연애하는 커플들의 변화과정을 1시간 30분동안 담아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씩 기억나는대로 요약하도록 하겠습니다. 연기부터 말하겠습니다. 의도인지 모르겠으나, 너무 과장되어 있어 보기 부담스러웠습니다. 1시간 30분안에 10년간 변화를 보여주어야하다보니, 캐릭터의 전형성에 집중하여 연기한거 같은데 너무 과장되어있다보니 오히려 더 부자연스러웠습니다. 특히 민준 역을 맡은 분의 발성은 더욱 그랬습니다. 대사를 전달해야하는 압박감이 있었는지 볼륨이 극장에 비해 너무 컸습니다. 과장되지 않고 카메라 연기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했다면 오히려 더 웃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과함의 연장선으로 박수유도가 너무 과했습니다. 알아서 관객이 감동받으면 울거고, 재밌으면 웃으면서 진심으로 박수를 칠텐데, 박수를 쳐달라고 호응을 유도한다던지, '요런데서 박수가 나와야 하는데'와 같은 대사가 박수를 강요하는 것 같아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할머니로부터 민준이 대출, 연기 레슨 등의 공격을 받을 때 서연이 민준을 옹호하며 우는데, 왜 우는지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같이 본 와이프는 여배우 분이 그 와중에 눈물을 흘리는 연기 집중력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구요.
연출부분입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부르고, 나중에는 그 옷을 입고 엘비스 프레슬리 커버곡으로 유튜버로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엘비스 프레슬링와 민준의 어떤 삶이 맞닿아 있는지가 잘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분위기 띄우는 노래는 노라조나 트로트가 훨씬 더 나을텐데 왜 하필 엘비스 프레슬리인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연극은 배우와 관객이 함께 만드는 걸 보여주는 연출도 있었습니다. 핸드폰 문자를 통해 실시간으로 관객이 보낸 내용을 읽어주는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수는 조금 과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임의대로 그날 관객을 한 명 잡아 무대로 이끌어 내서 말하게 한다던지, 춤을 추게 하는 모습은 굉장히 부담스러웠습니다. 만약 그 관객이 뛰쳐나갔거나, 화를 냈다면.. 글쎄요.. 의도했던 재밌는 상황이 만들어질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음악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작곡하지 않고 기존에 있는 음원곡을 그대로 사용했는데, 저작권자들한테 허락은 받았는지 의문스러웠습니다. 돈을 받는 상업극이다 보니 분명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야 할텐데 말이지요. 신해철, 이승철 등의 아티스트 음악이 나와서 그랬습니다.
'연애와 사랑'이란 소재는 모든 사람의 공감을 쉽게 얻을 수 있지만, 너무 많이 다루었으며 자칫 예측이 가능하고 지루하게 흘러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히 다루어야할 소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또한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와 박수강요, 특정되어있지 않은 장소 설정, 논리적 인과가 빈약한 플롯의 흐름 등은 이 공연을 보는데 충분히 방해요소가 되었습니다.
오픈런 공연인 것 같은데, 많이 신경 쓰셔서 나날이 번창하는 공연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은 공연사의 초대권을 받아 보고 솔직하게 작성된 후기입니다.]
'Theater, Theatre, Performan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때와 지금,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 아서밀러 <세일즈맨의 죽음> 리뷰 (0) | 2021.03.14 |
---|---|
UFC를 퍼포먼스관점으로 본다면? feat. 이스라엘 아데산야 (0) | 2021.03.08 |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 지지 않은 태양으로 항상 떠있길 (0) | 2021.02.27 |
3.1절 기념, 뮤지컬 <영웅> 100배 즐기기 (0) | 2021.02.26 |
WWE 프로레슬링이 예술(performance)인 이유 (2) | 2021.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