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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봐야 하는 이유

귀찮다. 공연보러 가기가. 비싸다. 티켓 가격이. 멀다. 공연장소가. 없다. 같이 갈 사람이. 싫다. 나오는 배우가. 사실 이미 내 마음이 공연을 보기가 싫다. 그리고 이성적으로 머리를 써서 공연 보러 가지 않아야 할 이유를 무수히 늘어놓기 시작한다. 이유야 몇 만가지든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데 왜 공연을 보러 다녀야 할까? 첫 번째, 마음의 양식이다. 마음의 양식은 책뿐만이 아니다. 사람이 밥과 김치만 먹고 살 수 없다. 다양한 반찬을 골고루 먹어야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 정신건강 또한 좋은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해주어야한다. 그 중에 좋은 방법이 바로 공연을 보는 것이다. 진지한 연극을 한 편 보면 연극이 주는 여운이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살면서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잊고 있었던 중요한..

그 때와 지금,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 아서밀러 <세일즈맨의 죽음> 리뷰

길을 지나가다 폐지 줍는 노인 분을 보았다. 눈 앞의 빌딩도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날 마스크 하나 제대로 쓰지 않고 크게 숨을 내 쉬며 리어카를 끌고 계신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그분에 대해 연민과 동정이 생기는 것도 잠시, 나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불쑥 찾아왔다. '내가 감히 다른 사람을 동정하거나 걱정할 때가 아니다.' 의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기대수명이 높아지며 나의 세대는 100세까지 산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노동을 통해 소득이 생기는 시기는 정해져 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더 이상 돈을 벌 능력이 없다는 것은 곧 죄악시된다. 냉정하지만 그렇다. '65세에 나와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으면 남은 30년동안 어떻게 돈을 벌어먹고살아야 하지?' 오래 사는 건 축복받은 일이지만, ..

*스포주의 가면과 열등감 / 넷플릭스 <완벽한 타인> 리뷰

연기 공부를 하다 보면 '페르소나'에 대해 배운다. 고대 그리스 시대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뜻하는 말로 연출자의 의도를 잘 살리는 감독의 분신 같은 배우를 지칭하기도 한다. 배우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사회 생활을 하면서 '이미지 관리를 위해' 여러 가지의 페르소나를 만든다. 가면은 나의 본 모습이 아니다. 페르소나는 만들어진 이미지다. 사람들은 나의 진짜 모습을 모른다. 만약 만들어진 가면이 모두 벗겨지고 진짜 얼굴을 주위 사람들에게 보이게 되면, 주위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40년 지기 네 남자와 그들의 부인이 함께 집들이 저녁식사를 한다. 서로의 가면을 벗기고 벗겨지기 전까진 모두가 한 식탁에 모여 고향 음식을 먹으며 포근하고 안정적인 시간을 지내는 듯싶다. 그러나 예진(김지수 분)의 제안으로 각자..

Film, Movie, Cinema 2021.03.13

왜 나는 글을 쓰는가

금요일 퇴근 후 저녁 미세먼지가 잠시 물러간 기념으로 일 끝나고 아내와 함께 술 한 잔 했습니다. 미세먼지는 정말 원망스럽습니다. 미세먼지 때문에 공기 좋은 나라로 이민까지 생각했습니다. 숨을 쉬어야 살아갑니다. 숨 참고 안 쉬면 죽습니다. 그래서 호흡을 해야 삽니다. 근데 사람 죽이는 호흡을 강요합니다. 누구의 잘못 일까요? LH 간부는 투신해서 죽고 4년제 입결 꼴찌 우석대는 한의학, 약학 제외 나머지 100% 자신이 희망하는 학과에 넣어주고, 계좌에 50만원 현금 증정 한답니다. 술 한 잔 마셨습니다. 저는 왜 글을 쓰고 있을까요.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이렇게 매달려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근데 뭐. 말이 다 영양가 있고 실속있는 말들만 하는건 아니잖아요. 영양가 없는 말 속에서 무언가를 찾으면 그 ..

Essay 2021.03.12

<바스터즈:거친녀석들> 작지만 작지않은 농장 장면 리뷰

바스터즈 거친녀석들(2009.10.28)연출: 쿠엔틴 타란티노주연: 브래드 피트, 크리스토프 왈츠 영화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답게 에피소드 형식으로 전개된다. 첫 번째 씬은 독일 장교 한스 란다가 프랑스 농부를 추궁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20여분간 지속되지만 시간가는지 모르고 몰입하게 된다. 한스란다는 매우 젠틀하고 친절하다. 느긋하다. 책상에 서류를 펼치고 물어보는 과정이 매우 형식적으로 보인다. 영화를 보는 우리는 긴장할 필요가 없다. 별 다를 것 없이 보이는 행정 업무처럼 보이니까. 그러나 평화롭던 이 공간에서 카메라는 이동하며 바닥에 숨어있는 유태인을 보여주며 긴장감이 만들어진다. '한스 란다로부터 유대인들은 살 수 있을까?' 한스 란다는 자신의 별명을 농부에게 물으며 유대인을 인간에게 해만..

Film, Movie, Cinema 2021.03.11